생애와 사상
I 눈속에 핀 매화·근대시의 개척자
기미운동이 폭발될 때에 온 장안은 대한독립만세로 요란하고 인심은 물끓듯 할 때에 우리는 지금의 태화관 당시 명월관 지점에서 독립선언 연설을 하다 경찰부에 포위되어 한쪽에서는 체포되어 자동차로 호송되어 가게 되었습니다. 나도 신체의 자유를 잃어 버리고 자동차에 실려 좁은 골목을 지나서 마포형무소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입니다. 열두서넛 되어 보이는 소학생 두명이 내가 탄 자동차를 향하여 만세를 부르고 두손을 들어 王 부르다가 일경의 제지로 개천에 떨어지면서도 부르다가 마침내는 잡히게 되는데, 한 학생이 잡히는 것을 보고는 옆의 학생은 그래도 또 부르는 것을 차창으로 보았습니다. 그 때 그 학생들이 누구이며, 왜 그같이 지극히 불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을 보고 그 소리를 듣던 나의 눈에서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눈물이 비오듯 하였습니다. 나는 그 때 소년들의 그림자와 소리로 맺힌 나의 눈물이 일생에 잊지 못하는 상처입니다.
조선일보 [평생 못 잊을 상처]에서 (1932.1.8)
문 : 피고는 금번 계획으로 처벌될 줄 알았는가?
답 : 나는 내 나라를 세우는 데 힘을 다한 것이니 벌을 받을 리 없을 줄 안다.
문 : 피고는 금후도 조선 독립 운동을 할 것인가?
답 : 그렇다. 언제든지 그 마을을 고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몸이 없어진다면 정신만이라도 영세토록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경성지방법원에서의 어록(1919.5.8)
I 저울추 같은 독립투사
만해(卍海)는 중이냐?
중이 아니다.
만해는 시인이냐?
시인도 아니다.
만해는 한국 사람이다. 뚜렷한 배달민족이다. 독립지사다. 항일투사다.
강철 같은 의지로, 불덩이 같은 정열로, 대쪽 같은 절조로, 고고한 자세로,
서릿발 같은 기상으로 최후 일각까지 몸뚱이로 부딪쳤다.
마지막 숨 거둘 때까지 굳세게 결투했다.
조정현의 [만해 한용운] 이란 글의 "서시"에서